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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지 않은 채 방을 나왔던 흐름

by 정리되지 않은 기록 2026. 2. 13.

방을 나설 때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는데,

손이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

문고리를 잡지 않은 채 복도를 몇 발자국 걸었고,

그때서야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알았다.

돌아가서 닫을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두었다.

 

방 안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불은 반쯤 접힌 채 침대 위에 있었고,

의자는 책상에서 조금 비켜나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는데,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얇게 남아 있었다.

문을 닫지 않은 이유를 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급한 일도 없었고,

다시 들어갈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 동작이 빠진 채로 다음으로 넘어간 느낌이었다.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는 쪽에 가까웠다.

 

주방으로 가는 동안에도 방 쪽을 돌아보진 않았다.

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복도 바닥에 놓인 슬리퍼를 신으면서도 시선은 아래로만 향해 있었다.

 

문을 닫지 않으면 바람이 들어온다거나

소리가 새어 나간다거나 하는 생각은 나중에야 떠올랐다.

그 순간에는 그런 조건들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방과 바깥의 경계가 느슨해진 상태로 그냥 이동했다.

 

주방에서 컵을 꺼내 선반 위에 놓으면서,

방 문이 열려 있다는 장면이 잠깐 스쳤다.

다시 돌아가야 할 이유는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문 하나가 열려 있는 상태가 그날의 흐름과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도 문은 그대로였다.

방 안의 공기가 밖으로 흘러나왔는지,

밖의 소리가 안으로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열려 있는 문이 배경처럼 남아 있었다.

 

그날을 따로 구분할 만한 일은 없었다.

문을 닫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록할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방을 나올 때 이어졌던 그 흐름만은 중간에서 잘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