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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에 올려둔 물건을 그대로 둔 상태 식탁 위에 뭘 올려뒀는지 정확히 기억하려고 하면,손이 먼저 떠오른다.들어오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내려놓는 동작이 있었고,그 다음부터는 식탁이 그냥 임시 선반처럼 굳어버렸다.치우려면 치울 수 있었는데,그쪽으로 몸이 가지 않았다. 물건은 하나가 아니었다.봉투 같은 종이,작은 상자,영수증이 접힌 채로 얹혀 있었고,그 옆에 열쇠가 굴러다녔다.컵받침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그 빈 자리가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였다.식탁은 원래 비워져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그날은 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다.정리해야 한다는 문장은 머리 어딘가에 걸려 있었고,손은 다른 쪽으로만 움직였다.주방 쪽 불을 켜고,물을 마시고,의자를 살짝 밀어놓는 것까진 했는데 식탁은 그대로였다. 식탁 위에 놓인 것들이 방해가 되지는 않.. 2026. 2. 17.
조명을 켜둔 채 다른 방으로 이동했던 시간 방을 나설 때 조명을 끄지 않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진 못했다.스위치는 문 옆에 있었고,손은 그 근처를 스쳤지만 눌리지 않았다.불이 켜진 채로 방을 벗어났다는 사실은 몇 걸음 옮긴 뒤에야 떠올랐다. 빛은 문틈을 넘어 복도까지 이어져 있었다.밝다기보다는 남아 있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다.방 안의 물건들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로 놓여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다시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조명을 끄는 건 늘 마지막 동작처럼 여겨졌는데,그날은 그 순서가 빠져 있었다.급하게 이동한 것도 아니었고,누가 부른 것도 아니었다.그냥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먼저 나왔다. 다른 방에 들어가서도 불에 대한 생각은 흐릿했다.책상 앞에 앉아 의자를 조금 당기고,창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방 하나를 통과했을 뿐인데,이전 공.. 2026. 2. 15.
문을 닫지 않은 채 방을 나왔던 흐름 방을 나설 때 문을 닫아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었는데,손이 그쪽으로 가지 않았다.문고리를 잡지 않은 채 복도를 몇 발자국 걸었고,그때서야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알았다.돌아가서 닫을 수도 있었지만 그대로 두었다. 방 안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이불은 반쯤 접힌 채 침대 위에 있었고,의자는 책상에서 조금 비켜나 있었다.불은 꺼져 있었는데,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이 바닥에 얇게 남아 있었다.문을 닫지 않은 이유를 따로 생각하지는 않았다.급한 일도 없었고,다시 들어갈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그냥 그 동작이 빠진 채로 다음으로 넘어간 느낌이었다.멈추지 않고 이어졌다는 쪽에 가까웠다. 주방으로 가는 동안에도 방 쪽을 돌아보진 않았다.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그걸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복도 .. 2026. 2. 13.
물을 따르다 멈춘 채 서 있었던 순간 컵을 꺼낸 건 그냥 물을 마시려고였는데,싱크대 앞에 서서 수도를 틀고 나서부터 흐름이 조금 느려졌다.물소리는 일정했는데 손이 따라가지 않았다.컵이 반쯤 차는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말하기엔,몸이 너무 가만히 있었다.주방에 들어올 때만 해도 특별한 기분은 없었다.방에서 바로 나왔고,불은 그대로 둔 채였다.바닥은 맨발에 차갑게 닿았고,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컵을 들고 있다는 사실도 중간쯤에서 희미해졌다. 처음엔 그냥 아침이라 그런 줄 알았다.잠이 덜 깼다거나,창가 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애매해서 시선이 거기로 갔다거나.주방 불은 켜져 있었고,수도 아래에서 반사되는 빛이 싱크대에 퍼져 있었다. 어디서 멈췄는지 생각해보면 딱 집히는 지점은 없다.전날 미뤄둔 일도 있었고,책상 위에 놓인 종이도 떠올랐지만 그게.. 2026. 2. 11.
책상 위에 펼쳐둔 채 덮지 않았던 노트 아침에 책상에 앉았을 때부터 그 노트는 그대로였다.펼쳐진 면이 어느 쪽인지도 잠깐 헷갈렸다.어제 적다 만 문장이 남아 있었는데,끝맺음이 없어서 더 눈에 띄었다.덮어둘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원래는 정리해서 옮겨 적을 생각이었다.노트에 남겨두는 건 임시 같은 느낌이 있어서,언젠가는 치워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그런데 막상 페이지를 넘기려니,어디부터가 필요 없는지 애매해졌다. 책상 한쪽에는 컵이 놓여 있고,그 옆에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컵을 옮길 때마다 종이가 살짝 밀렸다.글자들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고,그게 괜히 신경 쓰였다. 적어둔 내용은 정확하지 않았다. 날짜도 없고,이유도 빠져 있었다.왜 그 문장을 적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때는 분명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맥락이 사라졌다. 노트.. 2026. 2. 9.
창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은 순간 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한 번 열었다가,생각보다 차가운 공기에 바로 다시 닫아버린 순간이 계속 남아서였다. 왜 그 행동이 그렇게 또렷하게 기억에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다.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었던 장면인데,이상하게 그때의 감각이 오래 붙어 있었다. 처음엔 그냥 환기 정도로 생각했다.밤새 닫혀 있던 방 안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고,잠도 완전히 깬 상태는 아니었다. 창문을 여는 동작 자체에는 아무 고민도 없었다.해야 할 일처럼 자연스럽게 손이 움직였고,그 순간에는 별다른 판단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창문이 열리자 예상보다 다른 감각이 들어왔다.공기는 차가웠고,생각보다 바깥 소리도 또렷하게 들렸다. 바람이 세게 부는 건 아니었지만,방 안의 온도가 한순간에 바뀌는 느낌은 분명했다.이 정도일 줄은 몰랐.. 2026.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