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불을 켜고 세면대 앞에 섰다.
거울에 얼굴이 걸려 있었고 눈 밑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수도 꼭지를 잡았다가 놓았다.
물은 틀지 않았는데 손바닥이 이미 젖은 느낌이었다.
타일 사이 줄눈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도 본 자리인데 오늘은 더 선명했다.

칫솔 컵을 살짝 밀어 옆으로 놓았다.
다시 제자리로 돌려두고 괜히 가장자리를 한 번 닦았다.
환풍기 소리가 낮게 돌고 있었다.
그 소리 위로 내 숨이 얇게 겹쳤다.
거울 속에서 내가 나를 보고 있었는데 시선이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
수건이 축 늘어져 있어서 모서리를 맞춰 걸어두었다.
금방 다시 흐트러질 것 같았지만 그냥 두었다.
문 밖 방은 불이 꺼진 채로 조용했다.
욕실 조명만 밝아서 경계가 또렷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몇 분을 서 있다가 결국 돌아섰다.
등을 보이는 순간 거울 속 내가 작아지는 것 같았고 불을 끄기 전까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