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알람이 울렸고, 그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꿈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에서.
소리가 멀지도 않았고, 무슨 알람인지 헷갈릴 정도도 아니었다.
그냥 내가 맞춰둔 그 시간의 알람이었다.
그런데도 몸이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전날 밤에는 그렇게까지 늦게 자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다.
피곤하다는 느낌도 크지 않았고, 아침에 일어나서 해야 할 일도 대충은 머릿속에 있었다.
그래서 알람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일어날 줄 알았다.
그게 당연한 흐름처럼 느껴졌다.
막상 소리가 울리고 나서는 생각이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지금 일어나도 되고, 조금 더 있다가 일어나도 될 것 같다는 애매한 감각.
눈을 뜨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여러 가지를 계산하고 있었다는 게 나중에야 느껴졌다.
이상한 건, 딱히 더 자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졸린 것도 아니고, 꿈이 재미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몸과 마음이 동시에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 같다는 착각 같은 것.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지 않은 것도 이유였을지 모르겠다.
시간을 정확히 보지 않으니까 긴급함이 생기지 않았다.
아직 여유가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감정이 나를 다시 눕게 만들었다.
사실 그날 아침이 특별히 기대되지 않았다는 점도 무시하기 어렵다.
꼭 해야 하지만 딱히 기다려지지는 않는 일정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아침이 시작되는 순간 자체를 미루고 싶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걸 습관이라고 부르기엔 애매하고, 의지 문제라고 말하기에도 정확하지 않다.
왜 그 순간에 몸이 말을 듣지 않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단순히 피곤해서였다고 정리하기에는 빠진 부분이 많은 느낌이다.
그날은 결국 알람을 한 번 더 울리고 나서야 일어났다.
시간을 크게 넘기진 않았지만, 개운하다는 느낌도 없었다.
이런 아침이 왜 생기는지, 다음에는 다를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비슷한 날이 오면 그때 조금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