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나설 때 조명을 끄지 않았다는 걸 바로 알아차리진 못했다.
스위치는 문 옆에 있었고,
손은 그 근처를 스쳤지만 눌리지 않았다.
불이 켜진 채로 방을 벗어났다는 사실은 몇 걸음 옮긴 뒤에야 떠올랐다.
빛은 문틈을 넘어 복도까지 이어져 있었다.
밝다기보다는 남아 있다는 표현이 더 가까웠다.
방 안의 물건들이 그대로 드러난 상태로 놓여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다시 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조명을 끄는 건 늘 마지막 동작처럼 여겨졌는데,
그날은 그 순서가 빠져 있었다.
급하게 이동한 것도 아니었고,
누가 부른 것도 아니었다.
그냥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먼저 나왔다.
다른 방에 들어가서도 불에 대한 생각은 흐릿했다.
책상 앞에 앉아 의자를 조금 당기고,
창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방 하나를 통과했을 뿐인데,
이전 공간은 이미 멀어진 느낌이었다.
조명을 켜둔 채 두면 전기 요금이 든다거나,
쓸데없이 밝다는 말들이 나중에야 떠올랐다.
그 순간에는 그런 판단이 개입할 틈이 없었다.
빛은 그냥 남겨진 상태였다.
복도를 오가며 문틈 사이로 방 안을 스쳤다.
조명 아래에서 이불의 주름이나 책상 위의 컵이 잠깐 보였다.
일부러 보려 한 건 아니었고,
시야에 들어왔다가 지나갔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도 불은 그대로였다.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했고,
다른 생각을 했다.
방 하나가 계속 밝다는 사실은 배경처럼 유지되고 있었다.
나중에 다시 방으로 돌아가 스위치를 눌렀을 때,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켜져 있던 시간을 정확히 따지지도 않았다.
다만 조명을 켜둔 채 이동했던 그 구간만,
중간에서 접히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