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책상에 앉았을 때부터 그 노트는 그대로였다.
펼쳐진 면이 어느 쪽인지도 잠깐 헷갈렸다.
어제 적다 만 문장이 남아 있었는데,
끝맺음이 없어서 더 눈에 띄었다.
덮어둘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원래는 정리해서 옮겨 적을 생각이었다.
노트에 남겨두는 건 임시 같은 느낌이 있어서,
언젠가는 치워야 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막상 페이지를 넘기려니,
어디부터가 필요 없는지 애매해졌다.
책상 한쪽에는 컵이 놓여 있고,
그 옆에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컵을 옮길 때마다 종이가 살짝 밀렸다.
글자들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고,
그게 괜히 신경 쓰였다.
적어둔 내용은 정확하지 않았다. 날짜도 없고,
이유도 빠져 있었다.
왜 그 문장을 적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는 분명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맥락이 사라졌다.
노트를 덮지 않은 채로 두면 언젠가 다시 볼 것 같았다.
다시 본다고 해서 이어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예 닫아버리는 것보다는 나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 판단도 근거는 없었다.
의자에 앉은 자세가 불편해지자 노트를 살짝 밀어냈다.
그래도 완전히 치우지는 않았다.
책상 위에 아무것도 없으면 더 어색해질 것 같았다.
펼쳐진 종이가 자리를 대신 채우는 느낌이었다.
하루가 지나도 노트는 그대로였다.
페이지가 접히지 않도록 조심히 지나쳤다.
덮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고,
내용은 점점 흐려졌다.
그래도 아직 치울 시점은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