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에 컵 하나가 그대로 놓여 있는 걸 보고서였다.
당장 씻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괜히 신경이 쓰였다.
원래는 바로 씻는 편이다.
마시고 나면 물로 헹구고 거꾸로 엎어두는 게 익숙했다.
그래서 더 이상했던 것 같다. 왜 그냥 두었을까 싶어서.
컵 하나쯤이야 나중에 씻어도 된다는 말도 있었고,
그대로 두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글도 보였다.
어떤 건 게으름이라고 했고, 어떤 건 여유라고 했다.
같은 행동인데 해석은 너무 달랐다.
컵을 씻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그걸 굳이 검색하고 있는 내가 더 낯설었다.
생각해 보니 그날은 전반적으로 손이 잘 안 갔다.
컵뿐 아니라 다른 것도 미뤄둔 게 몇 개 있었다.
특별히 바쁘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왜 그랬는지를 설명하려다 멈췄다.
피곤해서인지, 귀찮아서인지,
아니면 그냥 아무 이유가 없었던 건지 모르겠다.
컵은 아직 거기 있다.
씻는 데 오래 걸릴 것도 아닌데,
지금은 손을 뻗고 싶지 않다.
아마 나중에 물을 다시 마시러 오면
아무 생각 없이 씻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그냥 이 상태로 두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