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1 물을 따르다 멈춘 채 서 있었던 순간 컵을 꺼낸 건 그냥 물을 마시려고였는데,싱크대 앞에 서서 수도를 틀고 나서부터 흐름이 조금 느려졌다.물소리는 일정했는데 손이 따라가지 않았다.컵이 반쯤 차는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말하기엔,몸이 너무 가만히 있었다.주방에 들어올 때만 해도 특별한 기분은 없었다.방에서 바로 나왔고,불은 그대로 둔 채였다.바닥은 맨발에 차갑게 닿았고,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컵을 들고 있다는 사실도 중간쯤에서 희미해졌다. 처음엔 그냥 아침이라 그런 줄 알았다.잠이 덜 깼다거나,창가 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애매해서 시선이 거기로 갔다거나.주방 불은 켜져 있었고,수도 아래에서 반사되는 빛이 싱크대에 퍼져 있었다. 어디서 멈췄는지 생각해보면 딱 집히는 지점은 없다.전날 미뤄둔 일도 있었고,책상 위에 놓인 종이도 떠올랐지만 그게.. 2026. 2.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