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않은기록1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다시 내려놓은 순간 펜을 쥔 건 분명 무언가를 쓰려고였는데,종이 위로 바로 내려가지는 않았다.손 안에 감긴 감촉은 익숙했고,끝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그 다음 동작이 이어지지 않았다.펜은 공중에서 잠깐 머물렀다. 책상 위에는 이미 몇 장의 종이가 펼쳐져 있었다.글자가 적힌 것도 있었고,빈 칸으로 남아 있는 부분도 보였다.펜을 내려놓을 자리는 충분했는데,어디가 맞는지는 바로 정해지지 않았다.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기보다는,쓰는 쪽으로 가지 않았다는 쪽이 더 가까웠다.문장을 떠올리지도 않았고,지워야 할 말도 없었다.그냥 손이 멈춰 있었고, 그 상태가 잠깐 유지됐다. 펜 끝이 종이에 닿으면 소리가 날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사각거리는 소리인지,가볍게 긁히는 느낌인지 정확하진 않았다.그 예상만으로도 동작이 늦춰진 것 .. 2026. 2. 2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