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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풍경2

세면대 앞에 서 있다가 돌아선 시간 욕실 불을 켜고 세면대 앞에 섰다.거울에 얼굴이 걸려 있었고 눈 밑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수도 꼭지를 잡았다가 놓았다.물은 틀지 않았는데 손바닥이 이미 젖은 느낌이었다.타일 사이 줄눈이 눈에 들어왔다.어제도 본 자리인데 오늘은 더 선명했다.칫솔 컵을 살짝 밀어 옆으로 놓았다.다시 제자리로 돌려두고 괜히 가장자리를 한 번 닦았다.환풍기 소리가 낮게 돌고 있었다.그 소리 위로 내 숨이 얇게 겹쳤다. 거울 속에서 내가 나를 보고 있었는데 시선이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수건이 축 늘어져 있어서 모서리를 맞춰 걸어두었다.금방 다시 흐트러질 것 같았지만 그냥 두었다.문 밖 방은 불이 꺼진 채로 조용했다.욕실 조명만 밝아서 경계가 또렷했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몇 분을 서 있다가 결국 .. 2026. 2. 25.
물을 따르다 멈춘 채 서 있었던 순간 컵을 꺼낸 건 그냥 물을 마시려고였는데,싱크대 앞에 서서 수도를 틀고 나서부터 흐름이 조금 느려졌다.물소리는 일정했는데 손이 따라가지 않았다.컵이 반쯤 차는 동안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말하기엔,몸이 너무 가만히 있었다.주방에 들어올 때만 해도 특별한 기분은 없었다.방에서 바로 나왔고,불은 그대로 둔 채였다.바닥은 맨발에 차갑게 닿았고,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컵을 들고 있다는 사실도 중간쯤에서 희미해졌다. 처음엔 그냥 아침이라 그런 줄 알았다.잠이 덜 깼다거나,창가 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애매해서 시선이 거기로 갔다거나.주방 불은 켜져 있었고,수도 아래에서 반사되는 빛이 싱크대에 퍼져 있었다. 어디서 멈췄는지 생각해보면 딱 집히는 지점은 없다.전날 미뤄둔 일도 있었고,책상 위에 놓인 종이도 떠올랐지만 그게.. 2026.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