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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있는밤2

이불을 반만 덮은 채 멈춰 있던 밤 방 불을 끄고 누웠다가 다시 스탠드를 켰다.주황빛 조명이 벽을 타고 천천히 번졌다.이불을 배 위까지만 끌어올렸다. 다리는 밖에 두었고 발끝이 조금 시렸다.천장이 생각보다 가까워 보였다.낮에 보지 못한 작은 얼룩이 눈에 들어왔다.베개를 두 번 접었다가 다시 폈다. 머리를 얹자마자 목이 어색해서 옆으로 돌아누웠다.창가 쪽에서 바람이 스쳤다.커튼이 살짝 부풀었다가 금방 가라앉았다.의자 위에 걸어 둔 옷이 어둠 속에서 덩어리처럼 보였다.치워야 한다는 생각만 잠깐 두었다.휴대폰 화면을 켰다가 시간을 확인하고 바로 껐다.숫자가 눈 안쪽에 남아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이불 가장자리를 손으로 만지다가 접힌 부분을 그대로 두었다.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숨이 조금 길어졌다가 다시 짧아졌다.반만 덮은 채로 몸을 움.. 2026. 2. 27.
세면대 앞에 서 있다가 돌아선 시간 욕실 불을 켜고 세면대 앞에 섰다.거울에 얼굴이 걸려 있었고 눈 밑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수도 꼭지를 잡았다가 놓았다.물은 틀지 않았는데 손바닥이 이미 젖은 느낌이었다.타일 사이 줄눈이 눈에 들어왔다.어제도 본 자리인데 오늘은 더 선명했다.칫솔 컵을 살짝 밀어 옆으로 놓았다.다시 제자리로 돌려두고 괜히 가장자리를 한 번 닦았다.환풍기 소리가 낮게 돌고 있었다.그 소리 위로 내 숨이 얇게 겹쳤다. 거울 속에서 내가 나를 보고 있었는데 시선이 자꾸 아래로 떨어졌다.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내렸다.수건이 축 늘어져 있어서 모서리를 맞춰 걸어두었다.금방 다시 흐트러질 것 같았지만 그냥 두었다.문 밖 방은 불이 꺼진 채로 조용했다.욕실 조명만 밝아서 경계가 또렷했다.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몇 분을 서 있다가 결국 .. 2026. 2. 25.